[우리 동아리 최고!_ 태장동 주민자치센터 ‘태장트롯뽕싱어즈’]

웃음과 노래는 ‘입으로 먹는 보약’, 보약을 선물합니다~

오세중 리포터 2016-12-12

이런 동아리는 일찍이 만나본 적이 없다. 50~70대로 구성된 시니어 단원들이 시종일관 까르르, 낄낄대며 뽕짝을 맛깔나게 들려준다.
매주 화요일마다 태장동주민센터 4층 대강당에 모여 그렇게 웃고 즐기며 노래 부르다 보면 지는 해가 아쉬울 정도로 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트로트’라는 행복웃음꽃으로 경로당은 물론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태장트롯뽕싱어즈’의
초특급 슈퍼 울트라급 에너지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했다.     



웃음으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태장트롯뽕싱어즈’

몇 년 전, 합창이 한창 붐이었던 때가 있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태장동 주민자치센터 김삼녀 사무국장과 웃음치료강사 이경애 단장이 뭔가 특별한 합창단이 없을까 해서 만든 것이 지금의 ‘트롯뽕싱어즈.’ 수원 마을르네상스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올해로 2년차를 맞은 트롯뽕싱어즈는 “아마도 전국 최초 트로트 합창단”일 거라고 이경애 단장은 확신했다.  
신명나고 유쾌한 마을분위기 조성, 건강하고 성숙한 여가문화 확립, 노래를 통한 지역민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내고 싶었다는 이 단장의 바람대로 단원들은 트로트로 하나가 됐고 여기저기서 공연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뽕짝에 ‘뿅’하고 반해서 오늘 처음 참여하게 됐다는 지순기 단원은 “가곡도 배워봤지만 역시 트로트가 좋은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홍창기 부단장은 “일반적인 합창단은 왠지 접근하는 데 거리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트로트는 이름 자체부터 친근하고 놀기도 좋고 엔도르핀을 만들어낸다”고 자랑했다.


트로트가 바꿔준 긍정의 삶,
치유와 힐링  

말이 필요 없이 직접 들어보는 것이 답. ‘보약 같은 친구야’라는 곡이 흘러나오자 모두들 바로 몸을 들썩이며 일사 분란한 율동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웃음댄스도 하고 노래도 하면 경로당 어르신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함께 춤추고 즐기는 공연이 되다 보니 어르신들은 30년은 젊어졌다는 얘기를 할 정도다.
가만있던 사람도 몸을 흔들게 만드는,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묘한 매력의 트로트 때문에 삶이 바뀌고 치유를 받은 단원들도 있다. 전직 화가였던 유현숙 단원은 우울증이 심했는데 산에서 다리까지 다쳐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태장동 주민자치센터의 웃음치료 과정을 듣게 됐다. 그리고 강사였던 이 단장을 통해 합창단에 들어오면서 일상이 바뀌었다. “휴대폰에 트로트를 100곡이나 저장해놓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트로트를 틀어놓을 정도로 트로트 마니아가 됐다. 노래할 때만큼은 아프지도 않고 그림도 다시 그리게 됐다”고 들려줬다. 최윤임 단원도 마찬가지. 손주를 봐주러 서울까지 오가면서 우울증이 왔다. 친구의 소개로 합창단에 발을 디딘 후 삶이 즐거워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주 화요일 연습에 꼭 참여해왔다면서 “쑤시던 몸도 싹 나았다”고 했다. 배정희, 정옥례 단원도 우울증을 날려버렸다고 하니 이런 만병통치약이 또 있을까. 


특화된 포지션으로
웃음과 행복의
시너지효과 극대화

‘트롯뽕싱어즈’는 웬만한 트로트는 다 섭렵한 상태. 강사가 잘 지도해준 덕분이라는 허애 단원은 “난 음치였는데 선생님이 개개인에 맞게 족집게처럼 즐겁게 노래를 가르쳐줘서 합창도 할 수 있게 되고 너무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유진 강사는 “배우는 사람이 행복해야 하는 게 첫째 조건인데 우리 합창단원들은 애초에 행복한 마인드로 무장하고 온다”며 오히려 단원들에게서 행복에너지를 공급받는다고 했다.
‘트롯뽕싱어즈’에만 있는 또 다른 점은 전 단원의 간부화(?)라고 할까. 단장, 부단장, 사무국장, 남녀 총무, 친화부장까지 각각의 특성에 맞는 포지션이 시너지효과를 가져온다. 이용분 친화부장은 분위기메이커로 단원들 간 화합을 유도하며 친교를 위해서 먼저 웃고 안아주는 역할을 한다. 벌써 얼굴 가득 핀 스마일 꽃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만인의 연인으로 통하는 양명규 총무는 단원들을 영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래도 이중에선 막내에 속한다는 김은숙 총무는 “갱년기를 극복해보려고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찾다가 참여하게 됐다. 조금 젊어서 손이 빠르다는 이유로 SNS에 수업공지, 공연사진, 동영상을 공유하고 결석자 관리도 하는데 내가 할 역할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흥만 있다면 나이불문 누구라도 가능,
자원봉사 확대예정

‘트롯뽕싱어즈’의 ‘뽕’은 속이 뻥 뚫린다는 뜻과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속된 말로 ‘뽕필 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정말 각인효과가 확실한 합창단 이름이다.
평소 관내 19개 경로당에서 4년간 봉사활동을 해온 이 단장은 “웃음치료뿐만 아니라 트로트 공연도 함께 하면 좋겠다 싶어서 올해는 ‘태장동 경로당 릴레이 공연’을 진행했다. 아파트나 타 동 주민자치센터 요청으로 공연도 했는데 내년에는 수원시 전 지역으로 확대해 불러주는 대로 갈 계획”이라고 들려줬다. 더불어 김 사무국장은 “마을르네상스 사업으로 내년에도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와 상관없이 3기 단원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격조건은? 그냥 흥만 있으면 된단다. 처음엔 65세 미만이어야 한다고 해서 참여를 포기했다가 단장의 권유로 합류하게 된 75세의 최고령자 김경선 단원은 “트로트는 청준”이라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73세의 이선자 단원 역시 “어디 가든 나이가 늘 걸림돌이 돼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여기 와서 트로트 부르니까 치매예방도 되고 너무 좋다”고 했다. “두 언니들은 마음은 30대, 몸은 40대”라며 이 단장이 한마디 거들자 좌중이 웃음바다.  
“웃음과 노래는 입으로 먹는 보약이라고 해요. 젊어져서 좋고 웃어서 좋고, 우리 ‘트롯뽕싱어즈’는 이런 보약을 누구에게든 어디든 구석구석 전해드리는 행복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단원들 모두가 기다리는 화요일, ‘트롯뽕싱어즈’는 오늘도 연습하러 태장동 주민자치센터로 간다. 오늘의 보약은 또 어떤 맛일까, 한번 경험해보니 도무지 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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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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