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단일기]

인생의 두 갈래 길에 대하여

지역내일 2016-12-06

영덕고 진로진학 상담부장교사
안광훈


세상의 모든 길은 두 갈래 길로 나눌 수 있다.
잘 닦여진 지름길과 자갈투성이의 너덜 길, 길 있는 길과 길 없는 길, 가본 길과 가지 않은 길, 걷고 싶은 길과 걷고 싶지 않은 길…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이 선택이라는 명제 아래 한 길만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두 길을 동시에 걸을 수 없다. 자의든 타의든 한 길에 들어서는 순간 결코 되돌아 올 수 없다.
시간은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타인 삶에 내 삶을 맡길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거닐고 싶은 길이 다르듯, 삶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도전하다
윤리교사라는 평생 걸어온 길을 뒤로 하고 진로진학 상담교사라는 새로운 길을 걸은 지 벌써 5년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거울 속에 비친 또 다른 나에게 묻는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니?”미소를 머금은 낯익은 얼굴 모습이 대답을 대신한다.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는 한 정말 행복한 교사라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윤리교사로, 담임교사로, 학년부장으로 어느 자리에 있던 오로지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스스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해왔던 나.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의 모습에 대해 조금씩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현재 만족하고 있는가?”, “정말 행복한가?”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변의 부러움을 받으며 의대에 진학한 제자가 안부 인사차 찾아왔다. 그는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에 진학한 것이 아니라 학교의 명예, 부모님의 기대, 자신의 우월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의대에 진학했다’며 어렵게 속내를 비쳤다. 수학이 너무 좋아 사범대에 진학해 수학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공부 잘하는 애가 수학교사가 뭐냐는 주변 사람들의 면박에 용기 있게 소신대로 결정할 수 없었단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길을 가고 싶다는 그의 진지한 고민에 너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뭐라 조언할 수 없었다. 제자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 학생들과 어울려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상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교육 선진국처럼 학교에 상담교사를 배치해 전문적으로 학생들과 상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에 오래 전에 대학원에 진학해 1급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뒤 고3 학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진로진학 지도 경험이 많은 교사를 대상으로 ‘진로진학 상담교사’를 선발해 학교에 배치한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매너리즘과 무력감에 빠져있던 나에게 희망의 한줄기 빛이었으나, 그렇다고 지금까지 평생 걸어온 길을 포기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이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후회하지는 않을지 1년간의 고민 끝에 지금까지 걸어온 윤리 교사라는 길을 뒤로하고, 진로진학 상담교사라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내가 선택 한 길, ‘진로진학 상담교사’
드디어 600여 시간의 진로진학 상담교사 자격연수를 마치고 2012년 3월 윤리교사가 아닌 진로교사로 김포지역 근무발령이 났다. 수원에서 10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기에 김포까지 출퇴근은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게다가 동료 교사들은 축하 인사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위로의 말을 더 많이 했다. 하지만 실망감보다 새로운 곳에 가서 진로교사로 학생들과 생활한다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앞섰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강남역을 경유하여 올림픽대로를 지나는 왕복 5시간의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누구를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새로운 도전에 자극이 될 뿐이었다.
김포까지 2년간의 출퇴근은 인생을 새롭게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교직 생활 중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새벽길을 나서며 맞이하는 신선한 공기는 지친 영혼을 정화시켜주었고, 버스에서 바라보는 차창 밖 세상의 모습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었으며, 올림픽대로를 지날 때 한강변의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덤으로 주어지는 황홀한 선물이었다. ‘진로진학 상담교사’라는 새로운 길을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생활 속에서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며 무력감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길을 걷는 그대에게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저는 꿈이 없어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어요”, “엄마가 ○○하래요”, “학과는 상관없어요. 대학만 가게 해 주세요”.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꿈을 뒤로 하고 부모 등 타인에 이끌려 대학진학이 이루어지는 탓에 현저히 떨어지는 전공 만족도, 4년제 대학 졸업 후 다시 2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직업 유턴 현상,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 현상 등이 심화되고 있다.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나타난다. 비록 자갈투성이의 험난한 길이거나 시간이 걸리는 돌아가는 길일지라도, 용기를 잃거나 좌절하지 말고 꿈을 향해 자신만의 인생길을 개척하는 것도 행복하지 않을까? 자신이 걸어 온 길보다는 걷지 않았던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인간은 동시에 두 길을 갈 수 없으며, 타인의 삶이 나의 삶이 될 수 없듯이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해야 한다. 타인에 의해 잘 닦여진 길보다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나만의 길을 가는 것도 멋진 삶이 아닐까.
미국의 대표적 서정시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나의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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