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소통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

“남편에겐 아내에게 주고픈 사랑의 선물보따리가 있다”

지역내일 2014-03-23 (수정 2014-03-23 오후 9:13:47)



데이비드 : 버터 어디 있지?
잰 : 냉장고에 있어요.
데이비드 : 들여다봐도 없던데.
잰 : 있다구요. 내가 10분 전에 넣어두었어요.
데이비드 : 아니야, 딴 데 두었겠지. 냉장고 안에는 정말 없단 말이야!


그 말을 듣자 잰은 화를 벌컥 내며 부엌으로 달려와 냉장고 안에 팔을 쑥 밀어 넣더니 기적처럼 버터를 찾아낸다.
-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앨런 피즈·바바라 피즈) 중에서 



남녀의 차이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연애 시절에는 그 차이가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매력적이기까지 하지만 결혼 후에는 양상이 달라진다. 그 차이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하고 이해불가능한 외계인(도민준은 아닌)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 외계인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어떻게 해야 도민준(이 불가능하다면 소통 가능한 지구인)으로 바뀔 수 있을까.



남녀의 차이만 알아도 부부갈등 극복 가능
부부 사이에 종종 일어나는 소통 불가 현상은 남녀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앞서 소개한 책은 저자들이 약 30개국을 다니며 연구한 자료를 근거로 남녀의 차이를 살펴본 것이다. 그들은 그 차이를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넘나들며 살피고 있다. 

예를 들어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여성은 자녀 양육자, 둥지 수호자로서 진화해왔기 때문에 두뇌회로가 양육, 보살핌, 사랑, 배려 등의 활동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반면 남성은 전혀 다른 임무에 집중하는 두뇌회로를 갖고 있다. 남성은 사냥꾼, 추격자, 보호자, 생계 제공자, 문제 해결사로서 진화해온 것이다. 이처럼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른 두뇌회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고체계나 구조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 차이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존 그레이)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남녀의 차이를 전혀 다른 행성에서 온 두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것에 비유한 것. 부부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남녀의 차이를 알아야 상대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남녀의) 차이로 인한 갈등의 역사가 한 부부의 인생 전 과정이라고 할 만큼 남녀는 다를뿐더러 그 차이를 극복하기도 쉽지 않다. 남녀의 차이만 제대로 알아도 부부 갈등의 90%는 극복할 수 있다.”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씨는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에서 “남녀의 차이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전했다. 



결핍된 욕구 충돌하며 부부 갈등으로 나타나
부부간 불화를 ‘결핍된 욕구의 충돌’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박명희심리상담연구소 박명희 소장(정부종합청사 건강지원센터 책임상담사)은 “사람은 자신에게 결핍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고른다”며 “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거나 다른 갈등으로 분출되면서 부부간에 불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상하고 자신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 좋아 남편으로 맞았으나 결혼 후에는 그런 세심함이 오히려 불편을 야기하면서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한 사람의 모습과 실제 남편의 모습이 다른 데서 오는 갈등이 한몫을 한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도 이와 유사한 대목을 찾을 수 있다. 남편의 불륜으로 큰 상처를 입었으나 그 일을 계기로 부부와 자신의 문제를 살피게 된 송미경(김지수 분)은 남편 유재학(지진희  분)에게 “당신이 내게서 엄마의 모습을 찾았다면 난 당신에게 아빠의 역할을 원했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극중 송미경은 아빠의 외도와 부재로 상처를 많이 안고 있는 인물이다. 그 결핍을 남편에게 기대고 바랐던 것. 결국 남편바라기를 하면서 올바른 부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 부부는 이후 서로를 다르게 보면서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게 된다. 

박명희 소장은 “큰 갈등이 없는, 일반적인 부부의 경우 남녀의 차이에서 오는 약간의 불협화음은 보편적인 문화로 존재하지만, 내재된 결핍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데서 오는 감정의 응어리가 쌓이고 골이 깊어지면 부부 사이가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부 문제 이전에 성숙한 자아 형성이 먼저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박명희 소장은 “부부의 문제 이전에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자신의 내면에 있는 미해결된 정서를 풀어야 배우자와의 관계도 풀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남편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기대하는 아내가 있다면, 이런 자신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남편과도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자신에게 어떤 결핍이 있는지, 그것이 남편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그런 내면의 감정이 누그러지고 풀리면 너그러움이나 신뢰 등이 회복되면서 남편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결함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성숙한 배우자를 만나면 그 행동이나 태도, 분위기 등을 따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된다. 부부는 서로 균형을 맞추는 모빌과 같아서 유기체적으로 연결돼 있다.”
박 소장은 “부적절한 자아가 발동하면서 갈등이 시작되고 상대도 부적절한 자아로 반응하면서 갈등이 커진다”며 “성숙한 자아로 발전해 가는 것은 부부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찾는 것도 방법이지만, 다양한 무료강좌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늘고 있고 집단상담 등 심리치료 프로그램들도 많이 개설돼 있다. 관련 도서들을 통해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아내들이여, 자신의 행복은 스스로 찾아라
‘성숙한 자아를 찾는 노력을 왜 나부터 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이들에게 박명희 소장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듯이 부부의 갈등을 참기 힘든 사람이 먼저 변화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행복은 스스로 찾아가는 주체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내가 성숙한 주체로 설 때 남편은 아내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는 것. 새롭고 성숙된 자아로 발전하기 위해 자신부터 변화하고 달라지는 것은 남편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이다. 성숙한 인간으로 발돋움하는 자신을 만나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아내와 엄마를 바라보는 남편과 자녀들의 시각이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덤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아내에게 주고 싶은 사랑의 선물 보따리가 있다”는 박 소장의 이야기는 그런 아내들이 받아야 할 또 하나의 기쁨이 아닐까.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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