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 진로 탐색 위한 자유학기제

교육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 새로운 변화 기대

지역내일 2014-03-30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들을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던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시험 부담을 벗고 다양한 체험활동과 참여형 수업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제도다.
이 제도는 각종 지표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에 비해 공부에 대한 흥미도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문제, 자신의 미래와 장래희망에 대한 고민이 깊지 못한 점 등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학습 실력 세계 최강, 학습 흥미도 세계 최하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 2000년부터 3년 주기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를 실시한다. 총 65개국의 만 15세 학생 약 51만명이 참여한 2012년 PISA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 실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흥미와 자신감은 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수학 1위, 읽기 1~2위, 과학 2~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내적 동기 58위, 도구적 동기 62위, 자아 효능감 62위, 자아개념은 63위를 기록했다. 

또 4년마다 실시되는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TIMSS·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의 2011년 결과에서는 한국 학생들의 수학·과학 흥미도는 각각 8%와 11%로, 평균인 26%와 35%에 비해 매우 낮게 나왔다. 

이런 가운데 중학생들의 34.4%는 ‘장래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장래희망을 선택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장래희망을 찾지 못해서’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몰라서’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몰라서’라고 답했다(한국고용정보원, 2008).  

충북교육청 중등교육과 정은영 장학사는 “학생들이 자신에 대한 탐색과 고민의 시간과 계기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자유학기제가 마련됐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탐색활동을 기본교과과정과 함께 운영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학생 흥미와 관심사 반영된 자율과정
자유학기제는 단순히 기존 교과수업에 진로활동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업을 개선시킴으로써 교실수업 자체에 대한 흥미도를 높이는 것이 또 다른 목표이기도 하다. 즉, 대부분 강의식·설명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변화를 주고 학생 중심으로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흥미와 기대감을 갖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학기에는 공통과정과 자율과정이 운영된다. 공통과정은 기본교과과정이지만, 기존의 수업과 달리 토론 실습 프로젝트 현장체험 등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되며 핵심성취기준에 기반을 둔다. 또 진로와 연계된 요소들을 수업에 반영한다. 

자율과정은 학생의 흥미와 관심사 등을 반영해 프로그램이 편성된다. 현재 전국에서 연구학교를 통해 몇 가지 모형이 운영되고 있다. 진로탐색 중점 모형은 진로검사, 초청강연, 포트폴리오 작성, 현장체험, 직업리서치, 모의창업 등 진로탐색활동 위주로 자율과정이 편성된다. 동아리활동 중점 모형이 다양한 학생 동아리활동 위주로 편성된다면, 예술·체육 중점 모형은 무용 만화 사진 디자인 스포츠리그 등 예술과 체육활동 위주로 편성된다. 학생 선택프로그램 중점 모형은 여러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운영된다.(자유학기제 운영 예시 참조)

한 예로 강서지구에 위치한 서현중학교는 지난해 연구학교에 뽑혀 1학년을 대상으로 예술·체육 중점 모형을 실시했다. 예체능 프로그램으로 가창 공예 조각 만화 악기연주 티볼 소프트볼 배드민턴 탁구 연극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또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동아리 활동은 물론, 진로캠프 의료체험 직장체험 대학탐방 자연생태체험 등 진로체험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시험과 맞바꾼 체험활동, 진지하게 임하게 돼
자유학기제와 관련해 초기에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은 지필고사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많은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학력저하, 고교 입시에 있어서 내신의 반영 여부 등을 염려했다. 이에 대해 서현중 박주옥 부장은 “지난해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2학년 학생들의 3월 학력평가 결과를 보면 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예년과 비교해 봐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결과를 보였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272명의 중2 학생 중 212명이 90% 이상의 성취도를 보였으며, 그 외 다른 과목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나타낸 것. 

또 지필고사를 치르지 않는 대신 교사관찰평가, 학생자기평가, 행동 및 산출평가 등 학교별 평가방안을 마련해 실시하고 생활기록부의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에 서술식으로 기록한다.
지난해 자유학기를 보낸 서현중 김규리 학생(2학년)은 “체험활동은 시험과 맞바꾼 것이어서 오히려 체험활동을 할 때 진지하게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지윤 학생은 “시험을 안 보는 대신 평가를 위해 뭔가 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며 “국어시간에는 시집, 독서 포트폴리오 등을 만들고 과학 시간은 실험 후 보고서를 써야 했다”고 덧붙였다. 

자유학기 학업성취수준 및 학습발달결과는 고입에 반영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전면시행 전 시범 운영된 학교의 경우, 내신반영에 있어 다른 학교와 형평성 등에서 논란이 될 수 있어 교육부를 중심으로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만족해
그렇다면 실제 자유학기제 운영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반응은 어땠을까.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서현중학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 중 9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문항에 ‘보통이다’ 31%, ‘그렇다’ 32%, ‘매우 그렇다’ 32%의 답이 나왔다. 

같은 질문에 대해 학부모들은 ‘보통이다’ 35%, ‘그렇다’ 30%, ‘매우 그렇다’ 12%로 전체의 77%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학부모 전은옥 씨는 “처음에 자유학기제가 우리 현실에 맞지 않게 이상적인 것이라 걱정과 우려가 많았지만 우리 학교에서 새로운 시도가 진행돼 교육부장관 표창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지숙 씨는 “다양한 활동과 준비과정에서 생겨난 일화들 때문에 아이는 수다꾼, 가족의 재롱둥이가 됐고 줄어들었던 가족 간 대화가 늘었다”며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면서 얻는 성취욕은 그 어떤 경험보다 소중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교사들 역시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보통이다’ 24%, ‘그렇다’ 44%, ‘매우 그렇다’ 20% 등 88%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학년 부장 남경희 교사는 “생활지도에 있어 아이들을 통제하기 어려웠던 때도 있었지만 그린 마일리지 같은 상벌제를 적용하고 아이들도 다시 집중력을 찾으면서 이내 잘 따라와 주었다”며 “보통 2학기 기말고사 후에는 흐트러지는 부분이 있는데 자유학기제에서는 끝까지 헤이해지는 것 없이 잘 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전면시행, 예산과 인프라 시급
자유학기제는 2016년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 충북에서는 128개 중학교 중 4곳의 연구학교와 30곳의 희망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실시된다. 2015년에는 운영학교를 50%까지 늘릴 예정이다.
전면시행을 앞두고 사전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는 예산문제가 꼽히고 있다. 전면시행 후 각 학교로 어느 정도의 예산이 지원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큰 금액은 어려울 것. 정은영 장학사는 “충북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 예산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역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체험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농촌지역의 학교는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사나 시설 같은 인프라가 부족할 수 있으며, 청주 같은 도시의 경우 시설이 많다고 해도 학생수 역시 많기 때문에 자칫 학생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또 자유학기제 이후 학생들에 대한 사후관리도 신경 써야 할 점이다. 이에 대해 서현중 박주옥 부장은 “평가에 있어 교과별 수행평가 영역비율을 높이며 학교스포츠클럽 및 토요스포츠데이 등 지속적인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고 자율동아리 활동을 권장하는 등 사후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풍토를 바꾸고 전인적 교육을 이루기 위한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바뀌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작 한 학기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시작은 절반’이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자유학기제가 ‘공교육 신뢰회복 및 정상화’를 위한 변화의 새로운 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


<‘Part 2 -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찾아가다’는 다음호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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