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인가요?

지역내일 2011-11-25

부장 김기준은 자상하지만 남편 김기준은/ 사원 김아영은 상냥하지만 딸 김아영은/ 꽃집 주인 이효진은 친절하지만 엄마 이효진은….
전파를 타자마자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공감을 얻은 공익광고의 한 부분이다. 일상에서의 우리 모습을 예리하게 콕 꼬집어 낸 카피 덕분에 제대로 뜨끔하다.
밖에서는 한 없이 너그럽지만 집에서는 심드렁한 남편이나, 상냥하기 이를 데 없는 엄마가 아들에게는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기 때문이다.
이익집단과 혈연집단으로 갈리는 안과 밖, 진정한 가족의 가치는 어느 쪽일까. 상황에 따라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당신은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인가요?
이경희 이미정 서경숙 허희정 리포터


봉사부장 vs 귀차니즘 선두주자
내 남편은 봉사정신이 투철하다. 봉사와 관련된 모임만 해도 다양하다. 거기다 회사에서는 자신의 직책 외에 사회봉사와 관련한 직책이 하나 더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증만 남았다는 볼멘소리를 가끔 내뱉는다.
몇 년 전엔 회사에서 자원봉사시간으로 사원을 선발해 해외견학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당당히 1등에 선발돼 외국에도 다녀왔다. 본사까지 통틀어도 2등과 압도적인 시간차이로.
그런데 집에선 귀차니즘의 선두주자다. 아이들은 아빠와 추억이 없다. 며칠 전엔 큰 아이가 “아빠, 우리 밤에 줄넘기하자” 그랬더니 듣고 있던 작은 아이가 “우리 아빠는 무조건 안 해”라며 심드렁하게 거드는 걸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남편 참 자상하시죠? 집에서고 애들한테도 그렇죠? 어휴, 얼마나 꼼꼼히 잘 하시는지 부러워요.” 나도 부럽다.

개그맨 vs 침묵리우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녀석은 침묵리우스다. 아침에 일어나면 몇 번은 말을 시켜야 겨우 목소리를 듣는다. 하는 말도 단답형이다. “응” “아니” “없어” “밥줘” 등.
학교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친구는 어떤지 아무리 물어봐도 무조건 “몰라”다. 혼자 말하다 지쳐 아들 녀석의 말투를 흉내 내면 몇 번 히죽 웃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등굣길에 아들을 데려주다 친구를 같이 태우게 됐는데 “xx이가요 우리 반에서 제일 웃겨요. 얼마나 웃기는데요. 아마 전교에서 제일 웃길걸요”라며 아이 흉내를 내는 게 아닌가.
충격 그 차체였다. 집에선 꿀 먹은 벙어리인 녀석이 학교에선 반 친구들이 쓰러질 정도로 웃긴단다. 어떤 날은 너무 웃겨서 수업에 방해된다며 선생님께 벌을 설 정도였다니 이건 뭐 하늘과 땅 차이도 이런 차이는 아닐 터다.
아들아, 집에서도 입 좀 열자꾸나. 

청소는 다 내게 맡겨라 vs 대충대충 던져 놓고 살아요
고등학생인 아들은 집에서 정말 제 방 한번 제 손으로 치운 적 없는 귀하신(?) 몸이다. 어릴 적부터 습관들인다고 잠시 잔소리 대마왕으로 빙의해 이래저래 야단도 쳐보고 물질공세를 동원해 달래도 봤지만 그때 뿐. 책상에는 책과 쓰레기가 뒤섞여 책상 본연의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고 침대는 옷걸이로 전락해 있는 터다. 평소 한 깔끔하는 녀석이 제 방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분명 어디에서고 깔끔한 성격은 드러나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교실은 물론 화장실청소까지 도맡아하며 청소에 탁월한 소질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죽하면 담임선생님이 "OO아, 니가 지나간 자리는 윤이 반짝반짝 난다”며 극도의 폭풍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청소실력 때문에 교무실까지 접수했고 봉사점수도 후하게 받았다는 소문이다.
“아들아, 제발 니 방도 좀 치워줘~”

상냥한 사회복지사 vs 말이 짧은 엄마
중학생 딸아이를 둔 서 모씨. 그는 제법 잘 나가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로 팀장이란 타이틀까지 달고 있다. 근무지의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하는 일이 많다.노인들을 아이처럼 살살 다뤄야하기 때문에 상냥하기 이를데 없고 목청 한번 높이는 일이 몇 년 가야 손을 꼽을 정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여름에는 구청장상까지 받은 그야말로 친절한 서모 씨다.
하지만 집에서는 완전 다른 태도에 가족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단 전화 받는 것부터 다르다. 일과 관련된 사람들의 전화는 ‘옥구슬에 비단결’ 저리 가라할 정도로 간드러진다. 가족들 특히 딸아이와의 통화는 “어, 그래서, 그래라, 알았다. 끊자” 등 말이 극히 짧다.
이런 서 모씨의 태도를 바라보는 딸아이의 한 마디. “우리 엄마는요 집에서는 사회복지를 실천 안 해요.~”

무뚝뚝한 딸 vs 상냥한 선생님
25세 피아노 강사인 서 모씨는 집에서는 별 말이 없다. 그리고 어쩌다 한 마디 던지는 게 퉁명스럽다. 어떤 말이든 단답형이다. “밥 줘” “다녀왔습니다” “엄마, 몇 시에 와?” 이렇게 애교 없이 말을 걸어오니 뒤 이을 말이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는 딸아이의 전화 목소리에 질겁할 정도라고. “어머나!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많이 춥죠?” “민수구나! 우리 민수 전화 목소리 듣기 좋은데?” 등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기 전에 간드러진 목소리로 날씨 인사도 하고 상대에게 듣기 좋은 소리도 곧잘 한다고. 물론 직업 때문에 그럴 수 있다지만 엄마 입장에선 가증스럽고 질투까지 난다고 한다. 또 다른 딸아이의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보통 딸들은 아빠한테는 애교를 잘 부린다고 하는데 아빠에게조차 퉁퉁거리는 딸이 혹여 결혼해서 남편이나 시댁식구들에게도 그럴까봐 은근히 걱정도 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질투의 여신 vs 며느리 최고라는 시어머니
신정동 이 모씨의 시어머니는 질투의 여신이라고 말한다. 이 씨는 시골에서 시어머니 모시고 있는 맏동서가 안쓰럽고 같은 며느리로서 죄송해서 명절 때마다 선물을 꼭꼭 챙긴다. 그럴 때마다 시어머니의 낯 빛깔은 검은 빛으로 변하면서 “그게 돈이 비싼 거다. 둘째는 돈도 없을 텐데 아껴 써라” 하면서 맏동서를 민망하게 한다. 매번 그러자 맏동서는 아예 선물을 하지 말라고 부탁할 정도. 그래서 이 씨는 시어머니 모르게 챙겨야 한다. 그리고 둘째 앞에서 야단도 잘 쳐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 시어머니는 동네 사람에게는 맏동서 자랑을 침이 마르도록 한다. “우리 맏이는 못 하는 게 없고 동서끼리 우애가 있어 둘째가 선물도 많이 해주는데 너무 보기 좋다”면서. 그리고 꼭 동네 사람 앞에서는 맏동서를 챙기는 척해서 그때마다 맏동서의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고.

미니인터뷰-울산건강가정지원센터 노현미 국장
-가족 간 소통도 학습된 능력입니다”
광고 뿐 아니라 다양한 사례로 다뤄진 이야기는 모두 우리 이야기다. 내부에너지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지만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치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는 현대인이다.
어쩌면 사회적 에너지소비가 의외로 높아 가족의 가치를 발견하기도 전에 내 뜻과는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울산건강가정지원센터 노현미 국장은 “가정에서의 내 모습도 학습이 필요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가족을 향한 감정표출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 나타난 현상”이라 분석한다.
Q. 왜 안과 밖의 모습이 다른가?
A. 과거 농경사회 때는 안과 밖이 다를 일이 적었다. 그런데 사회가 급속도로 변하면서 밖의 내가 역할이나 지위 등이 다양해졌다. 가치관에 따라 밖의 나와 안의 나 사이에 균형이 깨진 것이다. 대부분 ‘밖’에 치여 가족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탓이다.
Q. 가족의 가치를 깨달으면 달라질 수 있는가?
A. 단순히 스스로 깨닫는 것만으로는 어렵다. 예로 회사에서의 행동양식은 이해관계가 바탕이 된다. 따라서 행동이나 표현방법이 예측이 가능하다. 또 학습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족은 그렇지 않다. 가족은 정서적 교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족 간 정서표현에 관한 행동은 ‘표현’이 중요하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그것을 가르치는 부모는 적다. 오히려 ‘밖에서는 이렇게 해라’등 밖에서의 ‘나’만 가르친다. 이것이 문제다.
Q. 그러면 가족 안에서의 ‘나’도 배워야 한다는 것인가?
A. 물론이다. 가장 좋은 롤모델은 부모다. 바람직한 소통방법을 부모부터 실천해야 한다. 또 사회적인 나와 가족 안에서의 내가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정에서 풀려고 하지마라.
Q. 어린 자녀까지 안과 밖이 다른 경우는 이유가 뭔가?
A. 사회든 가정이든 어느 한 쪽이 아이에게 모범적이고 강요된 모습을 요구하는 것이 원인이다. 아이는 풍선과도 같다. 한쪽을 억누르면 다른 한 쪽이 튀어나오게 돼 있다. 아이의 개성을 존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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