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의 동상이몽, 방중 독서지도

지역내일 2008-08-16

잔소리하기 전에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엄마는 방학이면 도서목록을 만들어서 다 읽으라고 하세요. 학교에서 읽으라고 하는 책도 읽어야 하고 독후감도 써야 하는데 엄마는 목록에 있는 책은 체가 꼭 읽어야 하는 것들이라고 하세요. 전 그냥 편하게 읽었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강요하면 읽고 싶던 책도 읽기 싫어져요.”
초등학교 4학년 지영이의 하소연이다. 책 읽는 것이 놀이처럼 편했으면 하는 아이 마음과 독서도 공부처럼 교육적 효과를 남기기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이처럼 다르다. 방학이면 더 두드러지기 마련인 엄마와 아이의 동상이몽, 어떻게 줄이면 좋을까.

과도한 독서 강요, 역효과 불러와
방중 독서지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부족한 학습도 보충해야 하고 2학기 예습도 해야 하고 못했던 운동도 하고 방학숙제도 하고 가족여행도 다녀오는 사이 아이의 방학은 끝이 난다. 그리 길지 않은 방학동안 아이에게 독서를 과중한 부담으로 안겨주면 아이는 독서와 멀어지기 쉽다.
청주시립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고 있는 박명애 교사는 "독서가 중요하지만 방학이라고 별러서 평소 읽지 않았던 전집을 다 읽으라던가 추천도서 목록에 있는 책이라고 한꺼번에 다량 구입해주거나 무리한 독서시간표를 내미는 건 금물"이라고 설명했다. 충북중앙도서관에서 독서지도를 하고 있는 강명애 교사 역시 방중 독서지도에 있어 학부모들이 주의할 사항으로 △좋은 책이라고 한꺼번에 많은 책을 사주지 말 것 △책 읽기를 강요하지 말 것 △독후감 숙제를 주지 말 것 △나이와 상관없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선택할 것 등을 꼽았다.
평소 책 읽기를 즐기지 않는 아이들을 지도할 때 가장 유의할 점은 아이의 독서단계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일이다. 보통 추천목록이나 출판사 등에서 안내하는 해당 학년은 일반적인 참고사항일 뿐 아이마다 독서단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단계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 아이가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다. 강 교사는 "아이가 고학년이라도 독서단계가 낮다고 판단되면 저학년에 맞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보다는 그림이 많은 책을 고르면 아이가 조금 더 흥미를 보일 수 있다. 또 아이의 관심분야의 책을 고르면 아이가 책을 읽는 것에 거부감을 덜 갖는다. 강 교사는 엄마가 함께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엄마와 함께 읽고 난 뒤 책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면 좋은 독서지도가 될 수 있습니다."

만화책 많이 읽는 아이, 관심분야 넓혀줘라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분야의 책만 편식하는 아이, 또 만화책만 읽으려는 아이는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특정분야의 책만 읽는 아이의 경우, 우선 아이의 관심을 조금씩 넓히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용 백과사전 등을 보면서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지도하거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할 수 있는 책을 읽어보도록 지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화책만 좋아하는 아이는 글이 많은 책을 읽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글씨가 크고 그림이 많은 책을 골라주는 것이 좋다. 강 교사는 "아이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칭찬을 많이 해줌으로써 아이가 다음에 다른 책에도 도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을 고르는 것도 엄마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도서관에서 방학이나 시기별로 권장목록을 선정하는 것도 좋은 책을 선택하기 위한 엄마들의 요구가 높기 때문. 그러나 권장목록을 그대로 아이에게 적용하는 것은 자칫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좋은 책을 고르는 첫번째 기준은 아이의 독서능력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아이의 실제 학년과 독서단계는 다르므로 아이의 독서능력을 잘 파악해 단계를 정하는 것이 좋다. 강 교사도 "연령별 권장 도서 목록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아이의 수준을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 권장 목록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권장도서로 추천된 책이라도 아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지 못하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내용을 잘 살펴보면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삶에 대한 성실한 태도, 깊은 사고와 따뜻한 정서를 줄 수 있는 책을 선택한다. 박 교사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주제로 한 책,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책,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고 발전시킬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생명의 소중함을 다루는 주제를 가진 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 읽기 싫어하는 청소년, 짧은 글부터 시작
그나마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가정이나 학교의 지도에 따라 책을 읽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학습에 대한 부담과 시험대비 등으로 책과 멀어지기 쉽다. 방학은 청소년들이 부족했던 독서량을 채우기에 좋은 시간이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방학을 이용해 호흡이 긴 시리즈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박 교사는 "<청소년용 토지="">나 <테오의 여행="">처럼 여러권으로 된 소설이나 문화사들은 독서력을 향상시켜준다"고 설명했다. 공부에 더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교과서 뒤에 실려 있는 도서목록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학교공부를 복습하거나 예습하는 효과를 낼 수 있고 배운 내용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엿볼 수 있으므로 지루하지 않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히기는 어려운 일이다. 강요보다는 아이의 흥미를 유발해 스스로 읽게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박명애 교사가 권하는 독서 흥미유발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책 읽기를 강요하기 보다는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 장래희망에 대한 내용을 스크랩해 주면서 읽게 하는 것이 좋다. 이 내용을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 뒤 아이가 흥미를 보이면 관련된 책을 권해준다. △짧은 시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게 해본다. 예를 들어 시를 읽고 ‘만약에 이 시를 교과서에 싣는다면~’이란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나누다보면 저절로 시에 대한 비평을 하게 된다.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다. 영화화 된 이야기를 읽힌 뒤 영화와 소설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가족끼리 떠날 여름 휴가나 여행지에 대한 지리, 환경, 역사 정보를 찾아보고 스스로 안내 팜플릿을 만들어보게 한다.
책을 편식하거나 만화책만 읽는 청소년들을 지도할 경우, 아이의 관심분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소설만 읽으려는 학생에게는 아이가 좋아하는 소설의 배경이 된 역사적 사건이나 지리적인 특성을 다룬 책을 함께 읽도록 권한다. 또 만화만 읽으려는 학생에게는 만화의 원전인 소설을 읽도록 권한 뒤 서로 비교해보게 하면서 흥미를 일으켜준다. 만화 삼국지를 읽은 학생이라면 이문열의 삼국지와 황석영의 삼국지를 함께 읽고 어떻게 시각이 다른지 비교해보게 하는 것. 과학만화나 역사만화를 좋아하는 경우에는 만화 속에 나온 인물들의 위인전이나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권해주는 것도 좋다.

청소년들의 책 고르기, 자신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책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책을 고를 때에는 어떤 점을 살피는 것이 좋을까. 청소년들의 경우도 역시 자신의 독서단계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책이라도 학생이 스스로 소화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박 교사는 "청소년들은 책을 고를 때 자신의 독서능력보다 약간 어려운 책을 선택하는데 집중해서 읽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책이 좋다"고 권했다. 자신에게 조금 어려운 책을 집중해서 읽고 난 뒤 충만감을 느끼면 독서의 즐거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은 박 교사가 알려주는 좋은 책 고르기 노하우.
△우선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서 지도 교사나 도서관 사서, 평론가 또 신문이나 방송매체의 담당 기자들이 소개하는 목록을 참고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이들은 미리 책을 읽고 분석하여 서평을 내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다만 저자에 대한 옹호나 비판의 글들이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치진 않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며 읽어야 한다. △독서관련기관이나 단체가 선정한 추천도서 목록을 참고한다. △저자나 역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인가 살펴본다. 예를 들어 과학분야는 과학 전공자가 문학 분야는 문학 전공자가 글을 쓰고 번역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단체에서 펴낸 책이라면 실제 존재하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따져보자. △되도록 원전을 선택한다. 장편 소설 같은 경우 논술을 구실로 짧게 요약해 놓은 책들이 있는데 요약본을 읽으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먼 훗날에도 자신의 자녀에게 읽히고 싶은 책을 선택한다. △신뢰할 수 있는 출판사에서 펴낸 책인지 확인한다.
독서지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모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책을 읽지 않는 엄마의 책 읽으라는 잔소리는 자녀의 독서지도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아이들의 독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라면 먼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엄마가 독서를 즐기는 순간,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될 것이다.
도움말 독서지도사 강혜정·박명애 교사
김정옥 리포터 jungg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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